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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김주환 — 소리의 기억과 인간의 감각

ARA KOREA 2026. 10. 14. 15:35

기술의 시대, 음악이 간직하는 삶의 온도

 

작곡가 김주환은 소리를 단순한 결과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에게 소리는 기억과 감각, 기술과 인간성이 교차하는 하나의 장면이다. 힙합 음악으로 시작된 그의 음악적 여정은 방송음악과 공연예술, 음향 제작과 학술 연구를 거치며 넓은 스펙트럼으로 확장되었다.

그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환경을 결합한 서밍 믹싱 연구, 오디오와 MIDI 데이터를 활용한 음악적 표현 기록, AR 스마트글래스를 통한 창작 환경 연구에 이르기까지 기술의 변화 속에서 음악의 가능성을 탐구해 왔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기술 그 자체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그는 인간이 경험한 시간과 감정, 그리고 음악 안에 남겨지는 체온을 더 깊이 바라본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김주환 작곡가의 음악적 출발점과 연구의 방향, INDRAVERSE 〈갈등의 변주〉에 담긴 관계의 감각, 그리고 AI 시대의 음악이 지켜야 할 인간적 온도에 대해 들어보았다.


I. 음악의 시작, 예술가의 성장

Q1. 음악가의 길은 언제, 어떤 순간에서 시작되었나요?

안녕하세요. 작곡가 김주환입니다. 저는 2002년, 열여섯 살 무렵부터 힙합 음악을 듣고 랩을 시작했습니다. 경기도 일산에서 대회와 공연에 참여하며 음악을 즐겼던 시간이 지금의 음악적 토대가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게 남아 있는 순간 중 하나입니다.

Q2. 방송음악, 공연예술, 음향 제작, 학술 연구까지 다양한 영역을 경험해 오셨습니다. 그 시간들은 작곡가 김주환에게 어떤 자산으로 남아 있나요?

음악은 활용되는 분야에 따라 각기 다른 역할을 지니지만, 그중 중요한 역할은 콘텐츠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영상이 중심이 되는 예술 분야에서 음악은 영상이 더욱 선명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돕는 원동력이 됩니다. 여러 현장에서의 작업 경험은 제게 장르를 바라보는 넓은 시야와 교육자로서의 전문성을 함께 길러 주었습니다.

Q3. 자신의 음악관을 형성하는 데 특별한 영향을 준 기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람과의 만남도 음악가의 성장에 큰 흔적을 남기지만, 제게는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하나의 장면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제가 음악과 잠시 거리를 두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유럽 여행을 데려가신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여행에서 마주한 스위스의 밤하늘, 그리고 그 위로 스쳐 지나가던 별똥별의 기억은 2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 안에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 명확한 사건이라기보다, 소리 이전의 감각에 가까웠습니다. 지금도 그 장면은 제 음악 안에서 빛과 여운, 그리고 오래 지속되는 이미지로 되살아납니다.


II. 소리를 탐구하는 시선

Q4. 서밍 믹싱 연구를 통해 수치로 설명되는 소리와 귀로 경험하는 음악 사이의 차이를 어떻게 바라보게 되었나요?

분명 청감상의 차이는 존재합니다. 다만 수치적으로 드러나는 차이는 생각보다 극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서밍 믹싱이 만들어 내는 질감과 공간감, 그리고 작업 과정에서의 장점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5. 오디오와 MIDI 데이터를 결합해 음악적 표현을 기록하는 연구는 음악의 보존과 전승에 어떤 가능성을 열어 준다고 보시나요?

이 연구는 음악 콘텐츠를 새로운 방식으로 관리하고 보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오디오와 MIDI 데이터를 함께 기록한다는 것은 단순히 소리를 남기는 차원을 넘어, 연주자의 표현과 시간 감각을 디지털 시대의 문화유산으로 다루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Q6. 기술이 연주의 세부 표현까지 재현할 수 있는 시대에, 한 연주가 지닌 생명력은 어디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분명 아티스트의 ‘아우라’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상을 보거나 라이브 현장에서 음악을 들을 때 느껴지는 감동은 단순히 소리의 재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같은 악기, 같은 질감과 품질, 강세와 리듬까지 정교하게 재현한 음원과 실제 음원을 블라인드 테스트한다면 우리는 과연 그 차이를 정확히 구별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도 남습니다. 어쩌면 음악의 생명력은 연주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리스너’에게도 있는지 모릅니다.

Q7. 미래 세대에게 음악을 남긴다는 것은 작곡가에게 어떤 책임으로 다가오나요?

AI의 발전과 함께 음악을 둘러싼 가치 판단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청중은 지금의 음악을 들으며, 이 시대에는 AI와 인간의 음악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를 느끼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의 체온이 담긴 음악, 마음으로부터 출발한 따뜻한 음악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III. 기술의 진화와 창작의 감각

Q8. AR 스마트글래스와 같은 기술은 작곡가의 작업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가장 큰 변화는 ‘작업실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넓은 작업실, 믹싱 콘솔, 오디오 인터페이스 등 좋은 공간과 장비는 대부분 높은 비용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스마트글래스를 활용한다면 전 세계 어느 곳이든 나만의 작업실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창작의 장소가 고정된 공간에서 벗어나는 것이죠.

Q9. 기술적 완성도와 예술적 감각이 만나는 지점은 어떻게 판단하시나요?

기술적 완성도는 음악을 표현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적으로 완벽한 작품이라도 작곡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과 의도가 없다면 그 의미는 약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제가 작품을 마무리할 때 가장 신뢰하는 기준은 기술적 완벽함보다, 음악적으로 전달하고자 한 것이 충분히 표현되었는가에 있습니다.

Q10. AI 시대의 음악에서 인간의 감성과 예술적 선택은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요?

기술은 음악을 만드는 방법을 바꾸지만, 음악을 만드는 이유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AI가 음악을 더 쉽고 빠르게 만들어 내는 시대일수록 인간이 직접 경험한 기억과 감정, 그리고 그것을 음악으로 표현하려는 의지는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결국 음악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가에 있다고 봅니다.


IV. INDRAVERSE, 갈등을 바라보는 시선

Q11. INDRAVERSE의 〈갈등의 변주〉는 인간관계의 갈등을 음악적 서사로 다룹니다. 이 주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생에서 인간관계는 때로 천국이자 지옥처럼 느껴집니다. 관계에는 정해진 규칙이 없고, 자유롭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러한 관계의 복잡성을 작품 속 다섯 장면에 각각 다른 정서와 질감으로 담고자 했습니다. 오브제인 ‘실의 소리’를 통해 연결성을 유지하면서도, 서로 다른 표현을 통해 긴장과 분열, 갈등과 새로운 시작의 감각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Q12. 〈갈등의 변주〉에서 가장 중요하게 바라본 감정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주목한 것은 하나였습니다. 인간관계 안에 공존하는 행복과 아픔입니다.

Q13. 작품 속 모스부호와 신호 체계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요?

작곡가로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다만 그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숨겨진 신호처럼 전달하면 더 큰 의미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모스부호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도 신호와 소리의 형태로는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Q14. 미디어아티스트 김진하와의 협업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미디어아티스트 김진하 작가와는 상명대학교 박사과정을 함께하며 오랜 시간 교류해 왔습니다. 지금도 매우 가까운 형님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작업 과정이 편안하고 즐거웠습니다. 서로 다른 예술 언어를 사용하지만, 오히려 그 차이 덕분에 소리와 영상이 만나는 지점을 더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었습니다.


V. 음악가의 삶, 앞으로의 시간

Q15. 젊은 음악가들과 마주하면서 전하고 싶은 음악가의 자세가 있다면요?

자신이 하는 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면 공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화성학과 같은 이론적 기반은 컴퓨터음악을 통한 음악 제작에서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토대가 됩니다. 젊은 음악가들에게는 감각과 기술뿐 아니라, 그것을 뒷받침하는 공부의 힘을 함께 전하고 싶습니다.

Q16. 지금까지의 여정에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아 있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저는 가능하면 과거에 오래 머무르기보다 현재의 경험을 통해 미래를 생각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어떤 방식의 작품을 쓸 것인가”라는 질문을 기준으로 제 시간을 바라봅니다. 인터뷰를 하는 지금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제게 가장 큰 창작의 울림을 주고 있는 작품은 단연 INDRAVERSE입니다.

Q17. 앞으로 더 깊이 탐구하고 싶은 음악적 세계는 무엇인가요?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와 음악적 스펙트럼을 소화할 수 있는 작곡가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또한 그동안의 음악적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수가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